경기도 양평에 '대명콘도를 예약했다는 집사람의 전화를 받고 한동안 의아했다.
웬 양평?
진우 데리고 어디로 다녀올까 고민하다 연금관리공단에서 지원하는 숙박시설을 검색하던 중 양평의 대명콘도에
예약 취소 된 것이 눈에 들어와 9만6천원에 25평짜리 콘도하나를 후딱 예약해 버렸단다.
제수 왕땡 잡았다는 약간은 흥분된 음색을 내며...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같은 피서철에 연금공단에서 지원하는 숙박시설이 남아 있을리 만무한 데 그것이 걸렸으니 좋아할만 하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기도 남양주, 양평 이쪽은 한번도 다녀온적이 없었다.
여행답사 까페인 '모놀과 정수'에 들어가보니 예상외로 좋은 곳이 많아 1박2일 일정으로 코스잡기가 쉽지 않았다.
큰 딸 현경이는 고3이라 어쩔 수 없고 고1인 다경이는 같이 가도 되는데 집에 있겠다고 해서 장모님 모시고 진우랑 네명이
아침 8시 30분에 집을 나서 서울로 향했다.
지금까지 다닌 여름휴가 중 가장 적은 인원으로...
웬지 허전한 느낌,
원래는 7시30분에 출발하기로 했는데 꾸물거리는 집사람땜에 1시간이 넘어 겨우 출발할 수 있었다.
'늦었다' '빨리가자'
성질 급한 놈만 애 먹는다.
조그만 아이스박스에 과일이랑 김치 등을 넣고 단촐한 차림으로 출발하는데 서울서 내려오는 차선에는 길게 이어진 차량들이
장난이 아니고 우리차선은 그냥 140km 쭈~욱 신나게 달려 나갔다.
'아빠 축구선수 이름대기 하자'
이소리만 나오면 내가 미친다.
지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맨날 축구선수 이름이나 나라이름 되기를 하잖다.
그래도 어쩌랴,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서 또 한참 놀아 줄 수밖에,
일정을 짜면서 꼭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이 있었다.
양수리 '두물머리'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나오는 장소로도 유명하지만 난 이 '두물머리'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참 좋다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이 만나 한강으로 흘러가는 곳이라는 양수리 마을지명을 풀어서 지어낸 이름이 '두물머리'다.
양평은 정말 물의 고장이였다.
어디를 둘러봐도 사방에 물이 흐르는 생태하천의 아름다운 모습,
아쉬운 점은 주변 자연환경이 좀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느낌과 곳곳이 개발업자들에 의해 펜션이나
카페촌으로 많이 변질되어 수질오염을 초래하고 있지않나 하는 우려도 들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정말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과 강바람에 가슴이 확 시원해지는 곳이라는 것이다.
돛단배 한척이 연 밭속에 놓여져 있고
가슴에 응어리 진일 있거던 미사리 지나 양수리로 오라는 시가 한편 걸려 있다.
두물머리에 가면 제일 먼저 4백년된 웅장한 느티나무가 반긴다 했는데 웅장한 느낌은 사실 아니다.
어디를 둘러봐도 연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뭐랄까? 행여 속살이 드러날까 부끄러워 하는 산골처녀의 뒷태? (니가 뒷태를 봤냐?)
니 뭐 치다보노?
사는 일 한점 이슬, 명예나 지위 다버리고 양수리로 몸만 오라 한다.
양수리 주변의 다양한 카폐촌,
커피박물관이란 팻말을 보고 따라가니 '왈츠와 닥트만.이라는 레스토랑을 겸한 풍광이 정말 멋진 곳이 있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박동순 사장님과 잘아는 분이란다.
이곳 양수리에 오기전에 '모놀과 정수' 8월 답사예정지중의 하나인 피아노 폭포에 먼저 다녀왔다.
화도처리장에서 나오는 정화된 물을 끌어올려 95m의 인공폭포를 만들었는데 아이디어가 신선하고 좋았다.
오른쪽이 피아노 모양의 화장실 , 계단을 밟으면 피아노 소리가 난다.
흘러내리는 폭포가 보는이의 마음까지 시원하게 한다.
유리병이 땅속에서 썩어없어 지는데 걸리는 기간은?
.
.
1만년, 생택학습관도 잘 운영되고 있었다.
점심식사때가 되어 41년 전통의 냉면 맛이 일품이라는 옥천면옥을 찾아갔다.
내년에는 42년 전통으로 간판을 또 바꾸려나? (씰데없는 생각)
냉면도 맛있고 수육도 맛있었는데 수육고기에 소 거시기가 썰어져 나와 정력에 좋다고 헤서 내가 먹었지롱 ㅋㅋ
집사람과 진우, 장모님은 냉면에 화근내가 나니, 완전 쫄면 맛이니 하면서 별로란다.
다 먹었으면서, 흥
숙소인 대명콘도에 도착, 건물은 조금 오래되었지만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객실이 깔끔했다.
여름 피서철을 맞아 손님들을 위한 다양한 포토존과 즐길거리가 많이 준비되어 있고
어구 차가워..
장모님 가방에는 무엇이 들었나요? (금 가락지 등 귀중품)
어디 나가실때는 항상 메고 다닌다. 옷을 한벌 사드려야 겠다고 집사람에게 이야기 했다.
옷이 좀 허름해 보이신다고....오래오래 사세요
물야구도 하고 통기타 가수 손세욱 라이브 콘서트 공연도 보고 집사람과 오붓하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진우가 슬리퍼를 하나 사달라고 해서 5분거리에 있는 양평읍으로 나가면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택시기사에게 '여기 어디 밥 맛있는 집 없어요?' 하자 인상좋게 생긴 아저씨가 양평에는
'개군한우'가 최고라고 한참을 자랑한다.
고기좋아하는 진우가 그 소릴 듣고 '개군한우' 개군한우' 하며 고기먹자고 노래를 한다.
어쩔 수 없다. 아들이 먹고 싶다 하는데 일단한번 가보자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문경도 한우가 좋은데 이 개군한우 고기는 정말 좋았다.
종업원들도 친절하고 음식도 맛이 있었다.
진우가 신나게 먹고, 나보다 더 많이 먹는다. 개군면에서 친환경 사료로 기르는 한우라서 '개군한우'란다.
(모놀과 정수의 이종원 작가) 사진
아침을 참치찌게로 맛있게 해먹고 '소나기 마을'로 향했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훈훈해지고 아리기까지 한다.
학교다닐때 선생님이 소나기 결말을 한번 지어보라 해서 쓴적이 있는데 소녀가 죽지않고 해피엔딩하는 것으로
써 냈는데 돌아온 것은 꿀밤한대와
'소설을 써라 소설을...'하시는 거였다. (잘 했는데...)
양평군 서종면의 소나기 마을은 한국 단편문학의 백미인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작품마을이다.
소년소녀와 소나기를 형상화한 원뿔모양 지붕의 문학관이 분수와 함께 시원한 모습으로 꾸며져 있는데
문학관안에는 선생의 육필원고, 졸업앨범 등 유품이 전시되어 선생의 작품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체험코너에는 e-book, 낱말 맞추기 등이있어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며 커피한잔을
마실 수 있었다.
(모놀과 정수 이종원 작가 사진)
특히 영상실에는 소나기 배경이 된 시골학교 교실로 꾸며졌으며 소나기가 내릴때 진짜 천둥이 치고
비가내리며 바람이 부는 특이한 효과로 보는사람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소나기' 에니메이션속에는 많은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하는 입구의 안내표지판이 실감이 났으며 아이디어가 참 참신하다는 생각을 했다.
여행의 마지막 일정인 국립 중미산 자연휴양림으로 향했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은 얼마전까지 자연휴식년제에 묶여 사람들의 출입을 막아놓던 곳이다.
자연을 아끼고 가꾸는 사람들의 열정에 감사한 마음이다.
(소나기 마을의 징검다리 체험)
중미산 자연휴양림을 찾은 것은 숲 체험을 하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자는 생각이였는데 장모님이랑
집사람 신발 때문에 많이는 못 걷고 30분정도 산책하고 계곡에 발을 담그고 하면서 여유로운 휴식을 취했다..
다른 관광지는 행락객과 등산객들로 붐비는데 이곳은 정말 조용하고 운치가 있었다
(소년과 소녀가 비를 피하던 곳)
숲체험 해설사의 설명을 들어보니 요즈음 모기가 없는 것이 천적인 잠자리가 모기 유충을 잡아먹어서 그렇단다.
중간 중간에 침엽수와 활엽수의 차이점등 안내판이 되어있어 생태기행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진우의 눈높이에 맞추어...나도 초등학생이 되었고...
중미산은 아름다움이 금강산 다음으로 아름답다고 하여 버금 중(仲), 아름다울미(美)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이번 여행에는 중미산 맛뵈기만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진우의 여름방학 여행일정을 모두 마치고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지막 사진,
숲속에서 난 자연과 하나가 되었다, 어메
뒤돌아보니 이번 여행코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바닷가나 유명관광지는 아니지만 그 어느때 보다도 알차고
편안하게 여름휴가를 보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이틀동안 운전하느라 고생한 집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진우야, 이제는 국물도 없다. 끝이다.
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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