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적 그러니까 초등학교 때로 기억된다.
동네 친구들이랑 소 띳기로 벌렛골 갔다가 산에 올라 모래밭에 쏙 올라온 송이를 하나 딴 적이 있다.
얼마나 신기하던지 ,
그리고 그날 저녁 엄마가 끓여준 송이국 향에 푹 빠졌던 일이 내 머리 속에 송이철이 되면 생각나곤 했다.
어른이 되고 이런저런 일로 송이를 먹을 일은 자주 있었지만 그 때 그 향은 아니였다.
요즈음 주말마다 가능하면 집사람과 산행을 하기로 생각하고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 갈까 고민하고 있는데
형님이 송이산을 가지고 있는 조철희 씨가 송이도 끝물이고 해서 형님한테 허락을 받았다며 산북에 송이따러 가잔다.
10월 16일, 토요일,집사람과 나, 박민사장, 철희씨 이렇게 넷이서 도시락을 싸서 송이따러 출발...
- 산북 내화리에서 바라본 천주산 -
하늘은 높고 푸르고 볼에 스치는 바람은 더 할 수 없이 싱그러운 가을 날씨. 천주산이 동로에서만 보이는 줄 알았는데
산북면 내화리에서 바라보니 정말 잘 보이고 모양도 뚜렸했다.
송이는 능선을 중심으로 대각선으로 10m정도 왔다갔다 하며 따라는 교육을 받고 열심히 찾았건만 30분이 지나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철희씨가 와보라는 소리가 들려 가 보니 소나무 갈비속에 송이하나가 고개를 쏙 내밀고 있었다.
심 봤다...
집 사람도 그렇고 나도 옛날 생각이 나 엄청 반가워 소리질렀다.
그리고 말 발굽처럼 생긴 굽두디기라는 버섯도 먹는 버섯이라며 하나 따서 보여주었다.
- 처음 발견한 송이 -
- 집사람이 쏙 뽑았다 -
보통 재미있는게 아니었다.
그 때부터 하나 둘 눈에 보이기 시작하고 나는 굽두디기라는 버섯이 너무 눈에 잘 보여 송이도 따고 굽두디기버섯도
열심히 따고.... 올해는 비가 많이 와서 전국적으로 송이가 아주 풍년이라한다.
- 신 났다. -
- 이것이 말 발굽처럼 생긴 굽두디기 버섯 -
- 인물좋은 박사장, 못하는 것이 없는 조철희씨 -
- 나도 집사람과 기념으로 ... -
- 끝물이라 벌어진 송이들이 많았다 -
송이 따는 것도 시간이 좀 지나자 나름 요령이 생겨 경사면 밑에서 살 짝 바라보니 훨 씬 눈에 잘 들어왔다.
- 각자 따 온 송이를 정리하고 몇 송이를 골라 다듬었다. -
왜?....
- 라면 끓여 먹었다. -
그 맛이야....
다 할 수 없다.
굽두디기를 배낭 한가득 따서 둘러메고 송이는 장바구니에 그득이 따 담아 하산했다.
호계면사무소에 들러 일직하고 있는 이재헌계장에게 집사람이 송이 두개 쥐어주고, 도에 근무하는 김국장님
어른이 차 옆을 지나가시길래 얼른 세 송이 드리고, 다른 사람 4,500원 받는 목욕비 나 한테는 4,000원 받는
태극탕 아주머니에게 두 송이 드리고...
나누는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싶고...
내가 먹는 것보다 더 기분이 좋았다.
축협에 가서 소고기 두근사서 처갓집에 가니 장모님이랑 처남들이 버섯들 보고 눈이 휘둥그레 지신다.
대구 처남도 가져가고 앞 집 장모님 친구분에게도 몇송이 가져다 드렸다.
즉석에서 요리를 해 맛있게들 먹고...
처남댁이 굽두디기 버섯을 무쳐 먹어보니 그 맛도 기막혔다.
산에서 따 온 망개 열매를 안방 화병에다 꽂아 놓니 너무 앙증맞고...
너무나 뿌듯한 하루 였다.
철희씨!!!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