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 가족

아버지...

  휴대폰 벨 소리에 화들짝 놀라 시계를 본니 새벽 2시15분,

 번호를 보니 부산 여동생 전화다.

 

 불길한 예감에 가슴이 떨려오고 들려오는 동생의 다급한 목소리

 ' 오빠, 아버지가 돌아가셨나봐, 숨을 안쉬셔...'

 

 아버지 묘소

 올것이 오고야 말았구나.

이제, 어떻게 해야돼지.. 뭐 부터 해야지..

항상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너무 갑자기 닥친 일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내가 부산을 내려가서 모셔와야 하나, 어쩌나..

 

두달전 녹내장 수술을 하고 나신 후 허리 통증이 심하시다고 물리치료를 받는 등

이 병원 저 병원 다니시다 부산 백병원 정기진료일이라 부산에 내려가

치료받기로 하셨었다..

 

진우 백일 때 집에 오신 아버지

 

6월 28일 일요일 아침

월요일 부터 아버지 허리에 방사선치료를 2주 하기로 했다는 연락을 받고 집사람과 진우랑 함께

부산 여동생 집으로 갔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소파에 누워계시던 아버지는 내 걱정부터 하신다.

'몸은 괞찮냐?'  '술 많이 먹지 마라'

안 좋은 기색이 역력하셨다.

동생이 정성스레 만들어준 점심을 아버지랑 같이 맛있게 먹었다.

샐러드도 한그릇 다 드시고 오븐에 구운 돼지고기 항정살도 맛있게 많이 드셨다.

복분자 술도 한잔 받아 반모금 드신다음 미역국에 밥을 말아서 식사도 하시고

수박도 두쪽 이나 드셨다.

 

그것이 아버지와 같이 한 마지막 식사였다.

 

 

 

'내일부터 방사선 치료 2주동안 하면 허리 안 아프데요.

조금만 참아요 아버지'

 

'내가 젊었을 적에 담배 농사땜에 지게를 하도 많이 져 날라서 허리가 많이 아픈가보다.

니 장모도 허리 수술하셨다더니 지금은 괞찮으시냐?

그런데 나는 병원에 가도  허리 수술하라는 말은 안한다.'

 

3년전에 소변이 잘 안나오신다고 해서 진찰결과 전립선암이 발견된 것을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안 좋은 것으로만 알았지 암인줄은 모르셨다.

 

'니 작은누나 참 고생 마이 했다.

그 많은 담배농사 짓느라고 고생 참 많았다.

 

종범이란 놈 참 착했는데..

항골에서 부터 밭에 담배하는 걸 보면 뛰어와서 도와주던 놈인데...'

 

 

신현국 시장은 저 멀리서 나만 보면 막 뛰어와서 넙죽 절을 한다.

'종필이 일 잘해요. 우리시에서 최고라요'

 

언제봐도 아버지만 보면 시장님이 사람들 앞에서 그렇게 말씀하신다며 기분좋아 하셨다.

 

 아버지 발바닥을 만져보니 발 뒤꿈치가 너무 보드러웠다.

'아버지, 옛날에는 아버지 발 뒤꿈치가 굳은살이 박혀  뜨신물에 담근다음 낫으로 문지르고

하셨는데 지금은 괞찮네요 ?'

 

요즈음 일을 안해서 그렇찮냐.

 

'마음 편하게 잡수시고 치료 잘 받으세요. '

하고 문경으로 돌아왔는데 그날 저녁에 운명하신 것이다.

 

 

당포 우리동네 갱빈 보에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너무나 고마운 것이 여동생 내외 집에서,

아버지가 가장 이쁘하셨던 막내 딸 옆에서

큰 고통없이 숨을 거두셨다는 것이다.

 

당포 집에 혼자 계시다 변을 당하셨으면 어떻했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우리 형제들이 뭐라 고맙다는 말을 해야할지,  너무나 고마운 여동생내외

살아가며 갚을 께..이 말은 믿으면 안됌..  당장 갚아야 됌

 

아버지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했다.

집에 전화해서 아버지와 통화하고 나면 더 답답했다.

 

'눈이 잘 안보인다. 허리 아프다. 병원에 가야되는데 돈이 많이 든다...'

그러다보니  전화도 자주 안드리게 되고...

 

 전화를 안하고 있는 마음은 항상 더 불안했다

어떻게 된 것이 아닐까?

그러다 전화해서 또 안 받으면 가슴이 더 덜컹 덜컹했다.

 

당포집에서 칠순잔치 , 외삼촌 이모, 이모부들과 함께

 

새벽3시부터 형님에게 연락 돌리고 장례식장 여러군데를 놓고 고민을 했다.

접근성은 '문경제일병원' 이 좋고 가격은 '중앙장례식장'이, 시설은 '국화원'이

좋다는 말을 듣고 있었다.

 

 '국화원'에 연락해서 여러가지 상의를 하고

엄마 묘자리를 잡아주신 채홍갑 어른을 찾아가 도와달라 하자 흔쾌히 해 주신단다.

정말 고마우신 분이다.

 

새벽6시부터 '국화원'에 가서 엠블런스를 기다리며 장례식장 측과 전반적인 사항을 협의했다.

 

그런던 중에 큰 형이 대구서 도착하고...

엠블런스가 들어왔다. 아버지 시신을 보는 순간 나는 심한 헛 구역질을 했다.

 

1년만 더 사셨으면 우리 아들 사무관 달았다고, 읍장됐다고, 사람들한테 자랑할  수 있는데...

조금만 더 살다 가시지...

 

언제든가 , 소 죽 끓이러 가시나?  부엌 새로 놓기전이니 오래된 것 같다.

 

항상 마음 고생만 시켜 드리고 이리뺀질, 저리뺀질, 이핑계,저핑계로 제대로

한번 제대로 모시지도 못했는데... 

 

아버지 얼굴은 그냥 주무시는 모습 그대로 였다

 손발은 벌써 싸늘히 식어 있었고...

 

죽음.

장인어른의 죽음, 엄마의 죽음, 아버지의 죽음.

 

같이 근무하는 예산계 차석인 임성수씨가 아침 7시가 되어 장례식장으로 왔다

전체적으로  연락할 곳과 급하게 일 처리 할 것을 이야기해주었다.

 

자식들이 다 모이고 아버지 입관을 했다.

정성스레 아버지를 염해 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했다. 

고맙습니다.

삼오제를 지내고 집을 나서며 .. 준흠이가 찍은 사진 

셋, 둘, 하나...

큰 카메라를 가져 가기 뭐해 오랜전에 있든 디카를 가져 갔드니 화질이 엉망이다.

모두 표정들이 밝다. 아버지, 어머니 살아 생전에 이런 모습들 자주 보여 드렸어야 되는데..

'류미숙씨, 입 다물어요'

 

이틀전 큰 누나가 당포 집에와서 마당에 풀이랑 집 청소를 다 해놓고 가셨다.

큰일이 있을 것을 미리 예견이나 한 듯이...

 

장례일에 비가 올까 마음 많이 졸였는데

날씨가 너무 좋았다.

 

 

문경대학 도예학과 유태근 교수가 아버지 영전에 올릴 잔과 향로를 만들어 가지고

 장례 다음날 당포 집으로 오셨다.

 

'금채 흑채 잔' , 과 자그마한 향로

정말 귀한 선물,  그 마음이 너무 고맙다. 

모두들 정성껏 잔을 올리며 아버지의 극락왕생을 기원드렸다.

 

 

아버지 돌아가신후 집으로 날라든 나비 한마리 ...

 

 보기엔 안 그렇게 생겼는데...선소리 꾼에게 크게 당했다.

지갑 다 털린 부산 박서방, 

자세히 보니 심지가 깊은 인상이구만..

 

 

부산 민이네 집에 장모님이랑 엄마랑 휴가 갔다오면서 통도사에서, 

이때도 엄마가 많이 어지러워 하셨다. 

 

 

      어느해 겨울 손주들과 계신 아버지, 한없이 자애로운 분 모습

 

엄마, 아버지 다 가셨지만 한번 보세요

이렇게 커가는 자식들, 손자, 손녀가 있습니다.

 

 작은형 아이들, 야들 왔다가고 엄마, 아버지 그렇게 좋아했는데..

 

 

 엄마, 아버지께 하늘아래 둘도없는 장손 현우, 준흠이, 우리아들 진우

 

진우도 이번에 한 역할 톡톡히 했다. 장례식장의 신발정리,

 

기특해서 사달라고 사달라고 하던 휴대폰 어제 사줘서  신이났다

공짜폰으로...

 몇시간을 쭈물떡 거리고 있다.

 

010-9159-0470  전화 올 때가 별로 없다.

매월 15일날 부산 막내 고모부한테 전화 하기로 했단다.

네~에 고모부

 

큰 형수, 큰누나, 집사람 ,  먹을 것만 있으면 그저 입으로 ... 

 

현우, 큰 형, 제일 오른 쪽이 대전 매형, 잘 생기셨다. 

 

 삼오제 지내고 옷가지들을 태우고, 연기가 아버지 산소쪽으로 몰려간다.

명 대로 살다가시면 이런 현상이 온다니 이래저래 고맙다.

 

 장남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마지막까지 정리하고...

 멀리 성주봉이 웅장하다.

 

이번에 소라, 자영이, 현태, 우태 ,기덕이 정말  고생많이 했다.

누가 우리 아버지, 엄마 핏줄 아니랄까봐 모두 그렇게 착하고 이쁜지...

 

그렇게 보내서  정말 미안했다.

 

아버지, 엄마 야들 다 잘되도록 자~알 보살펴 주세요

 

천주산 천주사, 엄마 모실때는 밑에 있는 건물이 대웅전이였다

지금은 위에있는 건물이 대웅전, 아버지 49제를 모시는 곳이다.

 

 조용하게 생긴 여자보살이 좀 보잔다.

뒤 안에서, 왜요? 올해가 윤달이라 등을 달면 좋단다.

얼마?

한사람당 1만원 ,

엄마, 아버지 등하고 모두의 등을  달았다. 19만원 주고... 

 

 천주사 중홍스님, 요즈음 몇안되는 학승이시다.

국화원 장례식장에 한달음에 달려와 독경해 주시고 고마우신 분이다.

 

출근한 어제 낮에는 기획실 직원, 저녁에는 우리 예산부서, 오늘 낮에는 2군 지역주재 기자단,

저녁에는 1군 지역주재 기자단,  식사 대접일정이 계속 잡혀있다. 다음 주에는 경찰서...

 

조의와 따뜻한 위로를 보내준 모든 분들께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

잊지 않겠다.

 

 직장에 연가를 내면서까지, 바쁜 농사일에도 불구하고 한걸음에 달려와

아버지 달구지 해준 당포초등학교, 서중학교 시골친구들, 

그리고 아버지와 함께 평생을 해주신 마을 동민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비가 많이오니 아버지 묘소가 마음이 영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청개구리,

일기예보에 비는 계속 온다하고...

 

 오늘 아침 일찍 큰 누나한테 몇번 망설이다 연락해서  윤희네 아버지한테

아버지 묘에 갓바 좀 씌워 달라 했다.

기꺼이 해 주신다고 하신다.

 

토요일에 갔다 오기로 했다. 

작은형이 집사람 새로 출근한 사무실로 화분과 꽃바구니를 보내와 집사람이

잘 받았다고 한다. 

 삼오제 지내고 내려오는 풀섶에 산딸기가 발갛게 익어가고 있다.

모두들 너무 고생했고 애 많이 쓰셨다.

 

사진 정리하다보니 이 생각 저생각에 나도 몰래 눈물이 났다.

다경이가 크게 소리친다.

 

'엄마, 아빠 울어,

아빠, 아빠 이제 고아네... '

 

 

 

 

 

 

 

 

 

 

 

 

 

 

 

 

'우리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우 여름방학 나기(1탄)  (0) 2009.08.04
옛 사진들  (0) 2009.07.09
야구 구경  (0) 2009.06.01
봄 나들이  (0) 2009.05.03
현경이 사진  (0) 2009.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