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6월28일 화요일, 집사람 마흔세번째 생일이다.
일요일 오후, 둘째 딸 다경이 땜에 속이 조금 상해 있었는데 그래도 집사람과 홈플러스에서 같이 시장을 보고
현경이 학교 마치는 시간에 가서 태우고 오는데 야가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하자 또 홈플러스로 가길래
짜증이 나서 집 사람에게 한마디 한 것이 화근이였다.
집사람도 부아가 났고...
저녁에 잠을 자다 일어나 보니 옆에 사람이 없는 거였다.
나와보니 큰 딸 방에서 자고있고...
아침에 일어나 말을 걸어보니 코 대답도 안하고 밥만 차려준다.
그~래? 그럼 해보자 흥,
월요일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 있는데 '신통회' 총무 승호가 전화가 왔다.
신통회는 신통방통하게 일이 잘 풀리라는 뜻으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동기들 15명이 모여 10년전에 만든 모임이다.
' 야, 니 집사람 낼 생일이지 ?'
' 뭐? 나 모르는데, 오늘이 음력 며칠이냐? '
' 오늘이 음력 6월27일, 니 집사람 낼 생일맞아'
일 났다. 지난번 내 생일 때 받은 밥상이 어마어마 했는데...하필 이럴 때 말 싸움을 해서...
'그래 고맙다. 선물은?'
' 야생화 화분 하나 사서 보내주께, 오만원 짜리로'
' 알았다 , 좋은 걸로 보내라'
하고 그대로 퇴근했다.
그때까지 집사람은 아직 뿌루뚱해 있고...
아이들 보고 내일 엄마 생일이니 편지 써라는 말을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생일날 아침, 그래도 내가 미역국은 끓여 주어야지 싶어 5시 반에 슈퍼에 가서 '옛날미역'을 사서
물에 10분 담가 두었다가 국을 끓였다.
들기름 붓고 조리방법을 보아가면서...
아이들이 먹어보더니 영 맛이 아니라고 하고,내가 먹어봐도 이건 아닌데 싶은데
집사람은 밥을 먹으면서 미역국에 숟가락도 안 가져간다.
성의도 모르고 흥,
퇴근하고 케이크 하나 사들고 일찍 집에 들어갔다.
마침 현경이, 다경이, 진우 모두 다 있고...
집사람이 저녁을 맛있게 준비해 놓아 모두들 모여앉아 케이크에 불을 붙였다.
밥상을 치우고 집사람은 목욕을 가고..
그때까지도 묻는 말에 겨우 대답만 한다. (화가 아직 안 풀렸다는 의미)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누구세요?'
'택배입니다
'
택배 시킨 것이 없는데... 아이들이 있다고 하며 문을 열어 준다.
엄마 생일 선물이란다.
'뭔데?'
'커플 티"
'아빠 한번 입어봐, 맞는지'
'이거 코로나이즈라고 하는 괜찮은 상표야,
'니들이 뭔 돈이 있어서 샀냐?'
입어보니 사실 좀 작았다. 그래도
'괞찮은데, 좋다 '
'엄마오면 아빠가 숨어있을테니 엄마에게 입혀라 그 때에 아빠가 나올 께'
'ok'
아이들이 현관 신발장에 티셔츠를 올려놓고 엄마 오기를 기다리고...
목욕 갔다가 집사람이 들어오는 소리에 난 안방으로 얼른 들어 가 있고,
'이게 뭐냐?'
'엄마 생일선물, "한번 입어봐 '
' 그~래?, 입어보까, 좀 안 작냐'
'보기좋다. 이쁘다' 아이들 호들갑 떠는 소리
' 아빠 나와봐. 엄마 티 입었어'
'그래 ?' 하고 거실로 '짜 잔' 하고 나가자 집사람이 나를 보고 뒤집어 진다. 우스워 죽겠다고...
야들 엄마 왈, 이거 더 주문 해서 우리 식구 다 같이 입자 하며
'진우 한번 입어봐라'
'현경이 한번 입어봐라'
'다경이는 아빠꺼 입어봐라' 한다.
커플 티셔츠 두장을 가지고 5명이 돌아가며 입어보았다.
'어떠?, 괜찮여?'
어, 엄마끼 나한테도 맞네
야 아빠꺼는 다경이 한테 맞다.
야들 표정봐라, 왼쪽 문에 너는 누꼬?
이어서 브라운 아이즈 걸의 '건방진 춤'으로 아이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반주에 맟춰 슬슬 몸을 풀다가
이춤의 특징은 상체는 그대로 있고 골반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금은 선정적,
다경이가 '아브라 카타브라'라는 음악을 틀고 두아이는 춤추고...
난리가 났다.
야는 빤츠만 입고
야도 훌떡 벗고... 아이구야, 아빠도 한번 해보자
'따르릉'
아침에 목욕탕을 나서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태우러 갈까요'
'됐~어. 걸어갈께,
집사람과의 말다툼, 이틀만에 끝이 났다.
앞으로 더 잘 할께...
요사이 집사람이 자꾸 두통이 심하고 목이 아프다 해서 걱정,
직장다니랴, 아이키우랴, 남편 챙기랴, 고생이 너무 많다.
당신이 건강해야 우리 가족이 있다는 것을 명심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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