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경이가 집으로 돌아왔다.
보따리 싸 가지고 집 떠난지 9개월여 만에,
써 놓고보니 표현이 이상하다.
집 나간 탕아가 마음잡고 돌아온 것 같아... ㅎㅎ
- 집으로 돌아온 현경, (사진 이다경 -아주 성의없이) -
2월2일 서울 올라가서 학교 졸업식 때 내려와 구정 보내고 간 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집에 내려오지 않았다.
(결심이 대단)
처음 올라 가서는 자꾸 머리가 아프다 해서 정말 걱정이 많았다.
자기가 원하는 학교, 학과에 그냥 보낼 것을 부모 욕심 대문에 아이가 고생하는 것 같아 얼마나 후회했는지...
체 한 것을 모르고 이 병원 저 병원 쫒아 다녔었다.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까?
많이 걱정했는데 천성이 명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강한 아이라 (이건 내 혼자 생각?)
잘 견디어 줘서 너무 고마웠다.
그동안 한 달에 한번 정도 우리가 올라가서 먹고 싶은 거 사주고 내려오고 서울있는 작은 형이 가끔씩 아이를 들여다 봐 주었다.
- 현경이가 다닌 강남 대성학원 -
수능시험일이 며칠 남지 않았고 학원이 종강한지라 11월 13일 현경이를 데리려 서울로 올라갔다.
아이를 태워서 학사로 가려고 먼저 학원으로 갔다.
좋은 일, 기쁜 일 이런 것만이 기록이고 역사(?)가 아니라
고생했던 기억이나 좋치않았던 일들도 세월이 지나 먼 훗날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 차에서 내리자 집사람 눈이 동그레 진다.
이 양반이? 하는 표정이 역력....
현경이는 자연계 6반, 학원 6층에 있어 606호 실이다.
- 종강을 해 아이들이 많이 떠나고 없는 교실 -
"아이구 아빠야, 지금 뭐하는 거야"
교실 칠판에 아이들이 떠나면서 남긴 글귀들이 남아있다.
이건 뭐야,
'다시 만날 날까지 안녕하시게, 라니
아!!! 대학에서...
간식을 좀 사다가 아이들에게 줄 것인데...
생각을 못했다.
- 그동안 현경이와 같이 고생한 반 친구들 -
금방 아이들이 모여들고....
표정들이 모두 밝고 좋았다.
자...자...수능시험 대박, 화이팅 !!!
(에구, 박자가 안 맞았다)
" 어머나 세상에, 공부하다가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엉?" " 그러게 말이야"
잠시 피곤함을 잊고 즐거워들 해 주어 내 기분도 좋고...
" 자, 자, 다시 한번 더 갑시다. 원,투, 쓰리, 포 "
" 에구, 박자가 또 틀렸다."
항상 지금의 그 표정들, 그 웃음으로 모두에게 좋은 일들만 있기를 바래요 (현경 아빠)
- 마지막으로 학원을 나서며 -
연세가 지긋하신 수위 아저씨께서 현관 문 앞까지 나오셔서
" 시험 잘 쳐요" 하신다.
" 건강하세요"
- 현경이가 기거했던 강남여학사 -
원장님이 현경이 떠나는 것이 많이 서운 하신지 자꾸 눈물을 보이셔서 사진한장 같이 못 찍었다.
어딜 가든지 주위로부터 사랑받는 사람이 되어야 된다.
- 현경이 방 문 -
혹여나 아이들이 잘못되지 않도록 보안도 철저히 하고 아침 기상, 저녁 점호 등 철저하게 원생들을 관리해 주셨다.
감사합니다.
- 현경이가 기거했던 방 -
짐을 다 싸서 차에 실어놓고 현경이 방을 한 번 둘러보았다.
2~3평 되는 좁은 방에서 손가락 밑에 굳은 살이 다 박히도록 고생한 현경이,
이제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100% 발휘하는 일만 남았다.
현경이 학원 선생님이 하셨다는 말씀,
"너무 떨지도 말고, 너무 얼지도 말고 촉촉한 긴장으로 무장해서 시험쳐"...
현경아 !!
마음 편하게 먹고 정말 정말 화이팅!!!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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