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 가족

현경이 인터뷰 기사 3 (고미숙 저자 강연회)

몸의 재발견, 삶의 대반전이 시작된다

글씨크게 글씨작게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지난 2월 2일, 고미숙 저자는 동국대학교 도서관 공연홀에서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을 대상으로 강연회를 가졌다. 이 자리는 최근 고미숙 저자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의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55년만의 추위’라는 이 날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독자들이 고미숙 저자를 만나기 위해 강연장을 찾았다. 추위 때문에 발갛게 상기된 얼굴들은 고미숙 작가의 유쾌한 이야기를 들을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 <동의보감…> 표지(좌) 입구에 설치된 행사 배너(우)


↑ 강연을 기다리는 독자들의 모습

강연 시간이 되자 독자들의 뜨거운 박수와 함께 고미숙 저자가 강단에 섰다. 그녀는 “오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신 이유는 저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책에 대한 강연을 듣고 싶어서라고 생각하기에, 바로 강연을 시작하겠다”고 말하고 ‘몸, 삶, 앎’이라는 세 단어를 화이트보드에 크게 적어 내려갔다. 몸, 삶, 앎. 고미숙 저자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가 이 세 가지를 따로따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하며 본격적인 말문을 열었다.

그녀는 “원래 우리 몸에는 생각이라는 것이 없다. 한 생명 안에서의 상생상극의 흐름만 있는 것이다. 후천 세계에 와서 사람들의 말을 듣고, 학교에서 배우고, 책을 읽은 후 언어로 만들어낸 것이 생각이고 지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러한 생각과 지식이 생명과 결합되어 내면화되지 않는다면, 이는 내부생명의 에너지를 전부 외부의 사상에 끼워 맞춰 그 곳에 소진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한다.


↑ 강연을 시작하는 고미숙 저자

고미숙 저자는 이러한 지식의 내면화를 통해 ‘앎’과 ‘몸’이 만나는 것이 바로 ‘깨달음’이라고 전했다. 저자는 “깨달음이란 내가 알게 되는 것들을 몸으로 내면화하고 삶에 적용하는 것이다. 깨달음의 기쁨을 사회에서 소소하게 맛 보아야 하는데 현대인들은 그렇지 않으니 몸이 아픈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현대인이 몸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몇 가지 사회적 문제를 예로 들었다.

“사람이 몸이 아프면 착하고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악한 마음을 먹게 된다. 여러 가지 양상의 폭력은 그 때 나오는 것이다” 그녀는 현재 성폭력이나 성추행에 연루되는 가해자들은 몸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몸이 괴로우니 에너지가 순환의 통로를 찾지 못해 변태적 성향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요즘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중학교 폭력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전했다. “중학교 폭력이 지금 왜 문제일까. 가정환경이 열악해서 그랬을까? 대부분 가해자, 피해자의 부모 모두 의사, 교수, 변호사와 같은 직업을 가지고 있다. 부모가 너무 바빠서 대화할 기회가 없어서 그랬을까? 얼마나 바쁘면 자식과 몇 분 대화도 못하겠느냐.” 저자는 이러한 분석이 정말 쓸모 없는 분석이라면서 ‘몸’과 연결해서 이러한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학생은 말 그대로 에너지 덩어리이다. 옛날 중학생들은 뛰어 놀 공간, 힘을 쓸 수 있는 동선이 있었다. 근데 지금 어떤가, 학원에 과외에, 좀 뛰어다니면 애가 이상하다며 정신과로 보내버린다. 그게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아이들이 에너지를 발산 할 수 있는 동선이 없다는 것은 엄청난 억압이다. 그것이 친구들을 대상으로 나타나니 폭력이 늘어나는 것이다”


↑ 강연을 듣는 독자들의 모습


↑ 깨달음에 대해 설명하는 고미숙 저자

고미숙 저자는 몸, 삶, 앎을 합치는 공부를 해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하며 근대이전의 의학이 그러했다고 말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에서도 알 수 있듯, 유교에서는 ‘몸을 어떻게 제어할 것인가’를 가장 중시한다. 불교에서 마음을 보라고 하지만, 거기서 말하는 마음은 감정이 아니라 몸에서 어떤 것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도교에서는 마음을 비우고 양생하여 장수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결합되어 몸의 생리와 지성을 일치시킨 것이 근대 이전의 의학이었으며, 이것이 집대성된 것이 바로 동의보감이다” 라고 전하며 동의보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고미숙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몸과 앎을 일치시킬 수 있는 방법은 기준과 척도를 버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흔히들 좋은 지식을 많이 소유하고 축적하는 것이 지식인의 길이라 생각한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초라해지는 모습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식인과 대중을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결국 자신만의 그 기준만 버리면 초라해지는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달라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고전 의학에서 말하고 있는 음양오행, 생로병사는 ‘과정’일 뿐 ‘뭐가 낫다’고 말하지 않는다. 따라서 작가는 기준과 척도를 버리면 우리는 생명의 바다 안에서 모두 연결되어 있으며, 내 몸을 알면 타인을 알고 나아가 우주를 알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강연 중인 고미숙 저자

강연이 끝날 무렵 한의대학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한 독자가 질문을 했다. “요즘 한의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다. 한의사들을 ‘무당’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과학적인 것을 원하고 한의대 학생들은 어떤 방향으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갈피를 잃고 있다”

이에 저자는 ‘앎’과 ‘몸’을 강조했다. “과학은 과학만이 옳고 정확한 것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의미를 갖는다. 맞고 안 맞고를 따진다면 과학이나 주술이나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한의학을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서양의학이나 과학을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을 공부하라는 것이다. ‘자본’을 떼어내고 ‘앎’을 가진 채로 사람의 ‘몸’을 바라봐야 한다. 그렇지 않은 의사들은 기능공일 뿐이다”

독자의 질문을 마지막으로 이날 강연회는 끝을 맺었다. 고미숙 저자만의 유쾌한 화법으로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경청하던 독자들은 강연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저자에게 사인을 청했다. 그러나 급한 용무가 있었던 고미숙 저자는 “내 연구실로 놀러 오면 사인도 해주고 맛있는 것도 사주겠다”며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이 날의 행사는 마무리 되었다.


↑ 강연장의 전경


↑ 고미숙 작가가 인터파크도서 독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by 글/사진 인터파크도서 북& 7기 이현경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명의 사람을 만나고, 만 잔의 술을 마셔라.' 앞이 컴컴하기만 했던 재수시절, 늦은 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이렇게 충고했습니다. 대학생이 되면 꼭 실천하겠노라 다짐한 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지났습니다. 책, 사람, 술. 이들과 함께 타인과 함께 고민하고 느끼며 나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경이 인텨뷰기사1 (공병각작가)  (0) 2012.02.18
현경이 인터뷰 기사 2 (김명곤저자)  (0) 2012.02.18
머리 파마한 날  (0) 2012.01.28
동영상 연습  (0) 2012.01.28
일상 이야기  (0) 2011.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