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 가족

눈온날의 문경새재

 

유난히 눈이 많이 오는 올 겨울이다.

 

영순 벌판을 한 달동안 매일 2시간씩 거닐었다.

태봉 숲까지...

 

말없이 흐르는 영강천, 

그 위를 무리 지어 다니는 물새 떼,

바람에 흩날리는 앙상한 억새 풀 ...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어느 순간 아무 생각도 없이 그냥 걷기만 했다.

 

그동안 진우는 중학교1학년 기말고사시험을  잘 쳤고

어제는 스키교실을 다녀왔다.

 

다경인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수능성적이 그런대로 나와

서울지역 자기가 원하는 학과에

원서를 낼 수 있을 것 같은데

글쎄,

 잘 되었으면 좋겠다.

 

현경인 예과를 모두 마치고 내년부터는 본과공부를 하게 된다.

 

집사람은 1년간의 교육을 마치고 22일날 수료식,

정말 좋은  교육이였다는 생각이다.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12년,

 

하지만 나에게는 생각하기도 싫은 그런  한해였다.

 

사무실에 내려다 본 우리 시청사 마당

 

눈이 하도 복스럽게 내려 얼른 사진기를 꺼내 창문을 조금 열고 찍어본다.

 나에게 아직도 이런 감성이 남아있나... 싶다.

 

금방 눈이 온 천지를 휘덥고,

 

토요일, 문경새재로 눈 구경 가기로 하고 집사람과 출발,

 

그런데 생각보다 많이 오지 않았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새재를 상상했는데...

 

하지만 볼을 스치는 찬 바람도 좋았고

어려움을 같이 겪어낸 사람과 같이 하는 시간이 더 좋았다.

 

눈 비가 자주와서 그런지 새재계곡에 물이 풍족하다

 

성벽밑으로 흐르는 계곡 물,

너무나 맑았다.

 

마음까지도 깨끗하게 젖셔 주는 것 같고...

 

새재는 그 속살까지 다 보여준다.

 

아무도 걷지않은 옛길 쪽으로 걸어간다.

 

그 많은 이야기를 다 흘려보내고

물레방아는 멎어있다.

 

어릴적 시골 초가지붕 밑 고드름이 생각나고

 

집사람 얼굴이 모자를 써 빵떡 같네

 

 

 

무척이나 강할 것 같은 소나무도 조금씩 내려 쌓이는 눈송이들의 무게에

어이없이 가지가 부러져 나간다.

 

 

졸졸졸....

 

줄,줄,줄...

 

문경은 낙동강 3대발원지 중 하나다.

발원지,

처음 시작되는 곳,

조그마한 물방울들이 모여 큰 강줄기를 만든다.

 

3관문까지 6.5km

 

2시간여 걸려 올라왔다.

 

이 포즈는

배 나왔다 하니

흡, 하고

 

배집어넣는 소리다.

 

온통 하늘이 뿌옇게 변하더니

아주 작은 눈송이들이 흩날리기 시작한다.

 

교육 중에 사진반 강의를 몇번 들었다며

집사람이 찍은 사진,

글쎄요

교육의 효과가 ㅠㅠ..

 

그동안

정말 앞만보고 달려온 시간이였다.

 

집사람이 탁구를 등록했는데

난 자꾸 미루고 있다.

사람을 낮가리 하는 버릇이 생겼다.

 

2012년이 열흘 남짓 남아 있는 시간에 찾은

문경새재,

 

2013년에는

저 문 너머 새 세상이 열리기를 바란다.

 

다시

 돌아갈 준비를 시작한다.

 

먼 산에

온통 눈가루가 덮힌다.

 

눈온날 찾은 문경새재

다리가 좀 아프다.

 

 

 

 

'우리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백운대  (0) 2013.05.12
연수시작한지 두달 째  (0) 2013.04.07
가야산 그리고 해인사  (0) 2012.11.02
다경이 코에 바람넣고 온날  (0) 2012.10.08
2012년 여름휴가  (0) 2012.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