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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2012년 어버이날

 

                                                                                               5월 6일,  서울을 다녀왔다.

진우랑 모두 같이...

 

하루전날 부터 다경이는

" 엄마, 언제와? 아빠 몇 시쯤 도착해? " 하며

전화가 오곤 했다.

"

"가 왜 자꾸 전화하냐?"

하니 지들 엄마 왈

"엄마, 아빠 온다니 좋아서 그러지 뭐..." 한다.

 

틀렸다.

다경이 문자 왔는데

"고기 먹을 생각에 좋아서..."

자슥...

 

학사 밥이 맛이 없어서 죽을 지경이란다.

집에 있으면 사흘이 멀다하고 고기 구워 먹는데...

걱정이다.

 

학원에 도착해서 아이가 나오는데 정말 살이 많이 빠졌다.

얼굴도 많이 깨끗해지고...

 

지들 엄마 왈

"니가 고기를 안먹어 체질이 바꼈나 보다"

 

지금까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장하다 이다경 !!

 

(그런데 다경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좀 나와야 하지 않겠냐?)

아직은 욕심인거 같고...

 

    전날   갑자기 교수님 폭풍과제 때문에 현경이가 같이 식사를 못할 것 같다는 연락이 왔다.

할수없지, 뭐

 하면서 못내 서운해 했는데

 

집사람이 그래도 전화해 본다고 연락하자

기숙사에서 공부하는 것이 아니고 백화점에 있단다.

 

"공부한다며?, 가시나 거서 뭐하냐?"

그리로 갈테니 기다려"

 

 

차를 몰며 한참을 씩씩거리던 집사람

 

고개를 갸웃갸웃 하더니

" 야가 혹시 우리 선물 사러 나왔나?"

 

집사람 귀신이다.

현경이가 카네이션이랑 우리 줄 선물, 그리고 백화점에서 급히 쓴 편지를 건네주는 것이였다.

 

 

우리가 서울 올라온다고 하자  어버이날 선물을 미리 드려야 겠는데

고민을 많이 했단다.

 

얼마전부터 내가 원두커피를 구해와 핸드드립해서 집사람과

 머그잔에 먹는 것을 보고 포트메리온을 생각했단다.

 

그런데 이것이 가격이 장난이 아니라

돈지랄 했다고(현경이 표현)  

혼날까 싶어 망설였단다.

 

 

너무 예뻤다.

 

집사람이 이 제품 정말 좋아해서 언젠가 세트로 구입할 생각을 하고 있다.

 너무 너무 좋아했다.

속물...

 

실은 나도 기분이 엄청 좋았다.

 키운 보람이 느껴지고...

 

(물건 땜이 아니라 아들 마음써는 것이 이뻐서)

 

 

현경이가 백화점에서 급히 쓴 편지,

요즈음 독일어 학원에 다니는 중이다.

 

중국어 공부 하랴, 어린이날은 또 여의도 공원에 불우 어린이 돕기 자원봉사 다녀왔단다.

정말 바쁘게 산다.

 

총선 때는 방송사 출구 조사요원으로 활동도 하고...

 

현경이 학교앞에서 짚불구이 삼겹살로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 모두 정말 맛있게 먹고,

오랜만에 온 식구가 한 자리에 모였다.

 

마음이 편안한게

이런 것이 가족이지 싶었다.

 

현경이는 과제 때문에 기숙사 데려다 주고 다경이하고 마트가서 과일이랑 간식사서

학사 데려다 주고 집으로 내려왔다.

 

그런데 올 것이 왔다.

여주휴게소 쯤 오자 나보고 운전해서 집에 가란다.

 

에고,

운전면허 딴지 얼마 됐다고...

바짝 신경써서 집까지 무사도착,

 

두번 혼났다.

급하게 핸들 꺽었다고...

 

                                                                                 -  집사람이 찍은 사진 , 요즈음 사진 배우는 중 -

 

7일날 저녁, 시내 가게에 들려 장모님 드릴 이쁜 티셔츠 하나 (최고급) 사고

 카네이션 사서 미리 꽂아드렸다.

 

오늘  저녁에는 모시고 오리고기 구어 드렸는데 맛있게 잘 드셨다.

낮에 단학원에 가실 때 사드린 옷입고 가셔서 자랑하셨단다.

 

 

- 고인이 되신 엄마, 아버지 -

 

어버이날이라서 그런지 하루종일 생각이 많이났다.

두분 다 참 고우셨는데...

 

그 어려운 시골살림 형편에 우리 육남매를 어떻게 키우셨을까?

 

아이 셋을 키워보니  참 처신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

그때마다 문득문득 아버지는 내가 이랬을 때 어떻게 하셨나?

 

두분의 지혜를 떠올리곤 한다.

 

요즈음들어  문득문득 순대국을 먹다가도 이거 아버지가 참 잘 드셨는데... 싶고,

칼국수를 먹다가는 엄마가 밀어서 만들어주신 칼국시가 최곤데... 하는

생각이 자주 난다.

                                    

                                         

우리 모두 고등어 살 발라 먹을 때

엄마는 부엌에서 고등어 머리를 발라서 드시곤 했다.

엄마는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알았었다.

 

가끔 집사람이 고등어요리를 할 때 고등어 머리를 보면

우리는 부엌을 정지라 했다.

정지흙바닥에 앉아 머리뼈 발라드시던 엄마 생각이 난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심순덕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 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끄덕 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아버지,

하늘나라에서 우리 아이들 잘 자라게 잘 좀 돌봐 주세요.

 

저도 벌써 올해 나이가 오십 둘이라요

벌써 머리가 희끗희끗하네요. 

.

.

.

갑자기 마음이 짜안해서 이만해야 겠다.

 

2012년 어버이날이

 이렇게 지나갔다.

그런데 진우는 오늘 아침에 카네이션이 없다.

자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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